퀸제누비아2호 좌초 사고, 총체적 인재와 시스템 붕괴가 부른 예고된 재난

전남 신안 족도 해상에서 발생한 퀸제누비아2호 좌초 사고는 단순한 운항 실수를 넘어, 선원의 직무유기, 관제 시스템의 마비, 안전 인프라 부재라는 다층적 문제가 결합된 총체적 인재임이 드러나고 있다. 267명의 생명을 위협한 이번 사고는 우리 사회의 안전망이 얼마나 허술하게 작동하고 있었는지를 여실히 보여준다.


Top 3 핵심 요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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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선원들의 명백한 직무유기: 1등 항해사는 변침점(항로를 변경해야 하는 지점)에서 휴대전화를 보고 있었고, 조타수는 자동조타 상태를 유지했으며, 선장은 선장실에 머무는 등 운항 책임자들이 기본적인 임무를 방기했다.
  • 관제 시스템의 감시 실패: 해상교통관제센터(VTS)는 퀸제누비아2호가 10분 이상 정상 항로를 이탈했음에도 이를 인지하지 못했다. 1인 관제 시스템의 한계와 장비 설정 오류 가능성이 제기된다.
  • 안전 인프라의 심각한 공백: 사고가 발생한 족도에는 야간 식별용 등대가 설치되지 않아, 어둠 속에서 위험을 인지하기 어려운 구조적 문제를 안고 있었다.

핵심 배경: 267명 태운 여객선, 왜 암초에 부딪혔나

지난 19일, 승객 246명 등 총 267명을 태우고 제주에서 목포로 향하던 2만 6천t급 대형 여객선 퀸제누비아2호가 전남 신안군 장산면 족도 인근 해상에서 좌초되는 아찔한 사고가 발생했다. 천만다행으로 중대한 인명피해 없이 전원 구조되었으나, 사고 경위가 드러나면서 단순한 사고가 아닌 '예고된 인재'였다는 비판이 거세지고 있다. 목포해양경찰서는 20일, 중과실치상 혐의로 1등 항해사 A씨(40대)와 인도네시아 국적 조타수 B씨(40대)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하며 본격적인 수사에 착수했다.

사고 해역은 섬과 섬 사이의 수로가 좁아 자동항법시스템(Autopilot)을 해제하고 수동으로 정밀하게 조타해야 하는 위험 구간이었다. 그러나 퀸제누비아2호는 약 22노트(시속 약 41km)의 고속을 유지한 채 자동조타 상태로 위험 수역에 진입했다. 전문가들은 이 속도에서 변침 시점을 놓치면 곧바로 사고로 이어질 수밖에 없는 위험천만한 항해였다고 지적한다. 선박은 방향을 바꿔야 할 변침점에서 약 5km를 더 직진한 뒤, 평소 대형 선박이 이용하지 않는 좁은 수로로 잘못 들어섰고, 그곳에서 다시 항로를 이탈해 족도와 충돌한 것으로 파악됐다.


주요 내용 분석: 드러나는 총체적 부실의 민낯

1. '휴대전화 뉴스' 보던 항해사, 무너진 운항 책임

이번 퀸제누비아2호 좌초 사고의 가장 직접적인 원인은 운항을 책임져야 할 선원들의 상식 이하의 근무 태만에서 비롯됐다. 해경 조사 결과, 항로 변경의 핵심 책임자인 1등 항해사는 변침을 실행해야 할 중요한 순간에 휴대전화로 뉴스를 보고 있었다고 진술했다. 바로 옆에 있던 조타수 역시 자동조타 시스템을 수동으로 전환하지 않고 방관했다.

더욱이 선박의 총책임자인 선장은 당시 조타실이 아닌 선장실에 머물고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위험 구간 항해 시 조타실에서 직접 지휘해야 할 의무를 저버린 것이다. 한 해상 전문가는 "3명의 운항 책임자 중 단 한 명이라도 전방을 주시하거나 항해 시스템을 확인했다면 항로 이탈을 즉시 인지할 수 있었을 것"이라며, 이는 명백한 직무유기이자 안전 불감증의 극치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이들의 무책임함은 수백 명의 생명을 담보로 한 위험한 질주로 이어졌다.

2. 10분간의 '골든타임' 놓친 해상교통관제센터(V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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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박 내부의 감시 체계가 완전히 무너졌다면, 외부 감시망인 해상교통관제센터(VTS, Vessel Traffic Service)는 무엇을 하고 있었는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된다. VTS는 선박의 충돌이나 좌초 등 해양 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선박의 움직임을 실시간으로 감시하고 정보를 제공하는 핵심적인 해상 교통 안전 시스템이다. 그러나 진도 VTS는 퀸제누비아2호가 정상 항로를 벗어나 10분 이상 위험 수역으로 향하는 동안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못했다.

관제 실패의 원인으로는 복합적인 요인이 거론된다. 먼저, 당시 관제 구역 내 선박이 많아 단 한 명의 관제사가 모든 선박을 완벽히 모니터링하기 어려운 구조적 한계가 지적된다. 임남균 목포해양대 교수는 "인력 충원이 어려운 구조와 예산 제약이 맞물린 결과"라고 설명했다. 또한, VTS 관측 장비의 설정 문제로 퀸제누비아2호의 선박명이 제대로 표시되지 않아, 관제사가 대형 여객선이 아닌 소형 어선으로 오인했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공교롭게도 당시 인근 해역에서 다른 1만 톤급 화물선이 항로를 이탈하는 사건이 발생해 관제사의 주의가 분산되었을 수 있다는 점도 사고를 막지 못한 요인으로 꼽힌다.

3. '깜깜이' 운항 부추긴 안전 인프라 부재

마지막으로, 기본적인 안전 인프라의 부재가 사고 위험을 키웠다는 점도 간과할 수 없다. 사고가 발생한 족도는 무인도로, 야간에 선박이 섬의 위치를 식별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표지등(등대)이 설치되어 있지 않았다. 주변 다른 섬에는 모두 표지등이 설치된 것과 대조적이다.

만약 족도에 정상적으로 표지등이 작동했다면, 설령 선원들이 일시적으로 항로를 이탈했더라도 어둠 속에서 섬의 존재를 시각적으로 인지하고 충돌을 피하기 위한 최소한의 조치를 시도했을 가능성이 있다. 해경은 족도에 언제부터 표지등이 없었는지, 설치 및 관리 책임은 어디에 있는지 등을 확인하고 있다. 이는 선원의 과실과 관제 실패를 넘어, 국가의 해상 안전 인프라 관리 시스템 자체에 구멍이 뚫려 있었음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정책·사회적 의미 및 시사점: 안전에 대한 국가의 무한 책임

퀸제누비아2호 좌초 사고는 개인의 일탈을 넘어 우리 사회의 안전 시스템 전반에 대한 깊은 성찰을 요구한다. 특히 해양 안전과 직결되는 사안에 있어 법치와 책임성의 원칙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다시 한번 일깨워준다. 선원 개인의 과실에 대한 엄중한 처벌은 물론, 선박 회사와 관리·감독 기관의 책임 소재도 명백히 규명해야 한다.

이번 사고는 윤석열 정부가 강조해 온 국민 안전 강화 정책의 실효성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재난 대응 체계와 안전 인프라에 대한 지속적인 투자와 점검이 구호에 그치지 않고 현장에서 제대로 작동하고 있는지 철저한 검증이 필요하다. 특히, VTS 관제 인력 부족 문제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닌 고질적인 문제로, 이는 결국 예산과 제도의 문제로 귀결된다. 국가의 안전 시스템은 비용의 문제가 아닌 생존의 문제라는 인식을 바탕으로 한 과감한 정책적 결단이 요구된다. 국제해사기구(IMO, International Maritime Organization)의 안전 기준에 부합하는 선진적인 해상 교통 관리 시스템을 구축하고, 전문 인력을 양성하는 데 국가적 역량을 집중해야 할 시점이다.


전망 및 종합 평가: '복합 재난'의 교훈, 시스템을 재설계하라

결론적으로 퀸제누비아2호 좌초 사고는 선원의 과실, 관제 시스템의 공백, 안전 인프라의 부재가 동시에 무너진 '복합 재난'으로 규정할 수 있다. 이는 우리 사회의 안전망이 여러 층위에서 얼마나 취약한지를 극명하게 보여주는 사례다. 수사 당국은 이번 사고의 직접적인 원인 규명을 넘어, 이전 항해에서도 유사한 위험 상황은 없었는지, 시스템 자체에 구조적인 결함은 없는지 근본적인 원인을 파헤쳐야 한다.

이번 사고를 계기로 해상 안전에 대한 경각심을 최고 수준으로 끌어올리고, 항해사 및 선원들에 대한 안전 교육과 윤리 의식 강화, VTS 관제 시스템의 현대화 및 인력 확충, 위험 해역의 안전 시설물 전수 조사 및 보강 등 재발 방지를 위한 실질적인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다시는 이와 같은 후진적인 해양 사고가 반복되지 않도록, 이번 사고를 뼈아픈 교훈으로 삼아 국가 차원의 안전 시스템을 전면 재설계해야 할 것이다.

작성자: 뉴스베리파이 디지털 크리에이터 Peter K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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