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대일(對日) 경제 보복에 맞서 대만이 일본 후쿠시마산 식품 수입 규제를 전면 해제하며 일본과의 연대를 과시했다. 이번 조치는 단순한 통상 문제를 넘어, 대만 유사시 일본의 개입 가능성을 둘러싼 미·중·일 간의 첨예한 지정학적 갈등 속에서 나온 전략적 행보로 분석된다. 라이칭더 대만 총통이 직접 일본산 초밥을 먹는 사진을 공개하는 등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이면서, 동아시아의 안보 및 경제 지형에 중대한 파장을 예고하고 있다.
Top 3 핵심 요약
- 대만, 후쿠시마산 식품 수입 규제 전면 철폐: 대만 식품의약품관리서(TFDA)는 21일, 2011년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유지해온 일본산 식품 수입 규제를 즉시 전면 해제한다고 발표했다.
- 중국의 對日 경제 보복에 대한 맞대응: 이번 조치는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경제안보담당상의 ‘대만 유사시 개입’ 시사 발언 이후 중국이 일본산 수산물 수입을 중단한 것에 대한 사실상의 맞대응 성격을 띤다.
- 라이칭더 총통의 ‘초밥 외교’: 라이칭더 총통은 일본산 해산물로 만든 초밥을 먹는 사진을 SNS에 게시하며, 과학적 근거에 기반한 안전성을 강조하고 일본과의 외교적 연대를 분명히 했다.
핵심 배경
사건의 발단은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경제안보담당상의 발언에서 시작되었다. 다카이치 총리는 지난 7일, 중국이 대만을 무력 침공할 경우 일본이 집단적 자위권 차원에서 군사적으로 개입할 수 있음을 강력히 시사했다. 이는 일본 고위 관료가 대만 해협의 안보 문제에 대해 이례적으로 강도 높은 메시지를 낸 것으로, 중국의 거센 반발을 불러일으켰다.
이에 중국은 즉각적인 보복 조치에 나섰다. 중국 정부는 자국민에게 일본으로의 여행 및 유학 자제를 권고하는 한편, 일본산 수산물에 대한 수입을 다시 중단하는 경제 보복 카드를 꺼내 들었다. 이는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해양 방류 문제를 빌미로 일본 경제에 타격을 주려는 의도가 담겨 있으며, 동시에 일본의 대만 정책에 대한 명백한 경고로 해석된다.
이러한 중국의 압박 속에서 대만은 정반대의 선택을 했다. 대만 정부는 2011년 3월 동일본 대지진으로 인한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후쿠시마현을 포함한 주변 5개 현의 식품 수입을 전면 금지해왔다. 이후 2022년과 2024년에 걸쳐 일부 품목에 대한 규제를 완화했으나, 이번 조치를 통해 13년간 이어져 온 빗장을 완전히 푼 것이다. 이는 중국의 경제적 강압에 굴복하지 않고, 같은 민주주의 가치를 공유하는 일본과 연대하겠다는 강력한 의지의 표명이다.
주요 내용 분석
대만 식품의약품관리서(TFDA)는 이번 규제 해제의 근거로 과학적 데이터를 제시했다. 식약서는 “2011년 이후 국경 검역 단계에서 일본산 식품 27만 건에 대한 방사능 정밀 검사를 시행한 결과, 부적합 판정은 단 한 건도 없었다”고 밝혔다. 이를 바탕으로 “일본산 식품으로 인한 추가적인 방사능 노출 위험은 과학적으로 ‘무시해도 될 수준(negligible)’”이라고 공식적으로 평가했다. 이는 중국의 수입 금지 조치가 정치적 동기에서 비롯된 비과학적 결정임을 우회적으로 비판하는 효과를 낳았다.
특히 주목할 점은 라이칭더 대만 총통의 발 빠른 행보다. 그는 지난 20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일본산 해산물로 만든 초밥을 즐기는 사진을 올리며 “과학적 증거에 기반한 결정을 지지한다”는 메시지를 전했다. 이는 과거 아베 신조 전 일본 총리가 중국의 대만산 파인애플 수입 금지 조치에 맞서 대만산 파인애플을 먹는 ‘파인애플 인증샷’을 남기며 연대를 표했던 것을 연상시킨다. 이처럼 양국 정상급 인사가 ‘음식 외교’를 통해 상호 지지를 표명하는 것은 양국 관계가 단순한 경제 협력을 넘어 안보 공동체로 발전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리이양 주일 타이베이경제문화대표처 대표(대만 대사 격) 역시 “일본 농수산물을 적극적으로 구매하자”고 호소하며 대만 정부의 결정에 힘을 보탰다. 이에 일본 정부 대변인인 하야시 요시마사 관방장관은 정례 브리핑에서 “대만 측의 결정은 동일본 대지진 피해 지역의 부흥을 강력히 후원하는 조치로서 진심으로 환영한다”며 감사를 표했다. 이는 양국이 외교적 수사를 통해 중국의 압박에 공동으로 대응하는 모습을 명확히 보여준 사례다.
정책·사회적 의미 및 시사점
대만의 이번 결정은 동아시아의 지정학적 구도에 중요한 시사점을 던진다. 첫째, 미국을 중심으로 한 민주주의 진영의 연대가 더욱 공고해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대만과 일본은 미국의 핵심 동맹국 및 파트너로서, 중국의 팽창주의적 위협에 맞서 경제, 외교, 안보 등 다방면에서 협력의 수위를 높이고 있다. 특히 일본의 안보 정책이 ‘전수방위’ 원칙에서 벗어나 역내 안정에 적극적으로 기여하는 방향으로 전환되면서, 대만과의 연대는 필수불가결한 요소가 되었다.
둘째, 경제 안보(Economic Security)의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다. 중국은 거대한 내수 시장과 세계 공급망에서의 영향력을 무기로 상대국을 압박하는 ‘경제적 강압(Economic Coercion)’을 외교 정책의 주요 수단으로 사용해왔다. 대만과 일본의 이번 상호 지원은 특정 국가에 대한 과도한 경제 의존도가 안보에 얼마나 취약한지를 보여주며, 공급망 다변화와 가치 공유국 간의 경제 블록 형성 필요성을 역설한다.
셋째, 과학적 근거와 국제 규범에 기반한 정책 결정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대만은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검증 결과를 존중하고, 자국의 엄격한 식품 안전 기준을 통과했다는 과학적 사실을 바탕으로 수입 재개를 결정했다. 이는 정치적 논리로 무역 장벽을 세운 중국의 행태와 뚜렷한 대조를 이루며, 대만이 국제 사회에서 신뢰할 수 있는 책임 있는 구성원임을 부각하는 효과를 가진다.
전망 및 종합 평가
대만의 후쿠시마산 식품 수입 전면 재개는 일회성 사건을 넘어, 향후 동아시아 정세의 방향을 가늠할 중요한 변곡점이 될 전망이다. 단기적으로는 중국의 추가적인 경제 보복이나 외교적 압박이 예상되지만, 장기적으로는 대만-일본 관계가 준(準)동맹 수준으로 격상되는 촉매제가 될 수 있다.
중국의 압박이 거세질수록 대만과 일본은 상호 생존과 번영을 위해 더욱 밀착할 수밖에 없는 구조적 상황에 놓여 있다. 이는 미국이 추진하는 인도-태평양 전략과도 궤를 같이하며, 한미일 안보 협력의 틀 속에서 대만의 전략적 가치를 더욱 높이는 결과로 이어질 것이다.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강화된 한미일 공조 체제 역시 이러한 역내 구도 변화에 중요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결론적으로, 라이칭더 총통의 ‘초밥’과 아베 전 총리의 ‘파인애플’로 상징되는 양국의 연대는 단순한 선의를 넘어선 고도의 전략적 판단이다. 과학적 사실과 국제 규범을 존중하며, 공동의 위협에 맞서 연대하는 모습은 국제 사회에 강력한 메시지를 전달한다. 이번 결정은 대만이 주권 국가로서의 위상을 공고히 하고, 동아시아의 평화와 안정을 지키는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할 것임을 분명히 한 중요한 외교적 승리로 평가된다.
작성자: 뉴스베리파이 디지털 크리에이터 Peter K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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