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원회가 2026년도 공인회계사 최소선발인원을 현행 1200명에서 1150명으로 50명 감축하기로 결정했으나, 업계는 누적된 수급 불균형 문제를 외면한 미봉책이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정부의 시장 개입과 업계의 현실 인식 간 괴리가 심화되는 양상이다.
Top 3 핵심 요약
- 2년 연속 선발인원 감축: 금융위원회는 21일 공인회계사 자격·징계위원회를 열어 2026년도 공인회계사 최소선발인원을 1150명으로 확정, 지난해에 이어 2년 연속 감축을 단행했다.
- 정부 "수급 부담 고려": 미채용 합격생 누적, 회계법인 수익 정체, 비회계법인 수요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결정이라는 것이 금융위의 공식 입장이다.
- 업계 "심각한 현실 외면": 청년 회계사들을 중심으로 업계는 수백 명에 달하는 수습 미지정 문제를 지적하며, 선발 규모의 대폭적인 정상화와 수습 인프라의 근본적 개혁을 촉구하고 있다.
핵심 배경
공인회계사 선발 제도는 과거 외환위기 이후 회계 투명성 강화라는 사회적 요구에 따라 선발 인원을 대폭 늘리는 방향으로 운영되어 왔다. 이는 기업의 재무 건전성을 감독하고 자본시장의 신뢰를 지키는 파수꾼으로서 회계사의 역할을 강화하기 위한 정책적 판단이었다. 당시 정부는 회계 개혁을 통해 국가 경제의 기초 체력을 다지고자 했으며, 이를 위해 공인회계사(CPA, Certified Public Accountant)의 양적 확대가 필수적이라고 보았다.
하지만 최근 몇 년간 상황이 급변했다. 대형 회계법인(Big 4) 중심의 채용 시장이 포화 상태에 이르렀고, 합격 후에도 실무 수습을 받을 기관을 찾지 못하는 '수습대란'이 현실화된 것이다. 이는 시험 합격이 곧 전문직으로서의 안정적 경력 시작을 의미했던 과거와는 완전히 다른 양상으로, 구조적인 수급 불균형이 심화되고 있음을 시사한다. 공급은 계속되는데, 양질의 수요처는 한정되어 발생하는 전형적인 시장 왜곡 현상으로 분석된다.
주요 내용 분석
금융위원회는 이번 결정의 배경으로 '비회계법인의 회계사 채용 수요'를 언급했다. 이는 일반 기업이나 금융기관 등에서 회계 전문 인력에 대한 수요가 존재하므로, 회계법인 채용 규모만으로 전체 시장을 판단해서는 안 된다는 논리다. 정부는 다양한 산업 분야에서 회계 전문가의 역할이 중요해지고 있다는 점을 근거로 제시했다.
그러나 현장에서는 이러한 주장이 현실과 동떨어져 있다는 비판이 거세다. 청년공인회계사회에 따르면, 현재 수습기관을 배정받지 못한 미지정 회계사가 592명에 달하는 심각한 상황이다. 업계 관계자들은 대형 회계법인에서 체계적인 수습 교육(실무실습)을 거치지 않은 인력에 대한 시장의 수요는 거의 없다고 항변하고 있다. 사실상 정부가 시장의 질적 수요를 무시한 채 양적 통계에만 의존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는 정부의 탁상행정이 시장의 현실을 얼마나 왜곡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사례로 꼽힌다.
이에 지난 12일, 수백 명의 청년 회계사들은 서울정부청사 앞에서 집회를 열고 선발 규모 정상화와 수습 인프라 확충을 강력히 촉구했다. 이들은 단순한 인원 감축을 넘어, 현재의 수습 제도를 전면 재검토하고 실질적인 경력 개발이 가능한 인프라를 구축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들의 주장은 단순히 일자리를 요구하는 것을 넘어, 전문직 양성 시스템의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라는 정책적 요구에 가깝다.
정책·사회적 의미 및 시사점
이번 공인회계사 최소선발인원 감축 논란은 전문직 인력 수급 정책에 대한 정부의 역할과 시장 원리 사이의 충돌을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다. 정부가 시장의 수요 예측을 통해 인위적으로 공급을 조절하는 방식이 과연 유효한지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던진다. 시장의 자율적인 조절 기능에 맡겨야 할 영역에 정부가 과도하게 개입함으로써 오히려 비효율과 갈등을 초래하고 있다는 비판에서 자유롭기 어렵다.
특히 시장 중심의 경제 운용을 강조하는 윤석열 정부의 정책 기조와도 맞물려 주목된다. 정부의 과도한 시장 개입이 오히려 청년 전문직들의 혼란을 가중시키고 시장의 자율적인 조정 기능을 저해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정책의 일관성과 시장 안정성 측면에서 보다 신중한 접근이 요구되는 대목이다. 정부의 정책이 장기적인 예측 가능성을 제공하지 못할 때, 수험생과 시장 참여자 모두에게 불필요한 비용을 전가하게 된다.
또한, 이는 단순히 회계업계의 문제를 넘어 대한민국 최고 엘리트 집단으로 꼽히는 청년 전문직들의 실업 문제와도 직결된다. 어려운 시험을 통과하고도 경력을 시작하지 못하는 청년들의 좌절은 심각한 사회적 비용을 유발할 수 있으며, 장기적으로는 회계 서비스의 질적 저하와 자본시장 신뢰도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다. 이는 국가 경쟁력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중요한 사안이다.
전망 및 종합 평가
금융위는 한국공인회계사회(KICPA, Korean Institute of Certified Public Accountants) 등과 협력해 내년 상반기까지 수습 관련 제도 개선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실무 수습기관을 비회계법인까지 확대하는 방안 등이 거론되지만, 교육의 질 담보와 시장의 실제 수요 연계라는 과제를 해결하지 못하면 실효성을 거두기 어렵다는 비관론이 우세하다. 수습의 질이 담보되지 않는 양적 확대는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기 때문이다.
결론적으로, 공인회계사 수급 문제는 단기적인 인원 조정만으로는 해결할 수 없는 구조적 문제에 봉착했다. 정부는 업계의 목소리를 경청하고 시장의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 책임 있는 정책 당국으로서 시장의 신뢰를 회복하고, 장기적인 관점에서 회계 전문가 양성 시스템을 전면 재설계하는 노력이 시급하다. 시장 원리에 기반한 예측 가능한 정책만이 불필요한 사회적 갈등을 줄이고 회계 산업의 건전한 발전을 이끌 수 있을 것이다. 궁극적으로는 정부, 업계, 학계가 모두 참여하는 거버넌스 구축을 통해 합리적인 해결책을 모색해야 할 시점이다.
작성자: 뉴스베리파이 디지털 크리에이터 Peter K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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