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공급 규제 역설, 180석 여객기에 3명… '유령 비행' 된 부산-괌 노선

180석 규모의 여객기에 승객이 단 3명만 탑승하는 기현상이 부산-괌 노선에서 벌어지고 있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합병 과정에서 도입된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의 경직된 공급 규제가 시장 현실과 괴리되면서 빚어진 역설적인 상황이다. 이는 독과점 방지라는 정책 목표가 시장의 역동성을 고려하지 못할 때 어떤 비효율을 초래하는지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로 지목된다.


Top 3 핵심 요약

이미지 1
  • 초유의 '텅 빈 비행' 사태: 부산-괌 노선에서 대한항공, 진에어 등 항공사들이 탑승률 10% 미만의 '유령 비행'을 지속하며 막대한 운영 손실을 감수하고 있다. 지난 7월 7일 괌에서 출발한 대한항공 여객기에는 180석 중 단 3명의 승객만이 탑승해 승무원 수가 승객보다 많은 비정상적 운항이 이루어졌다.
  • 시장 외면한 탁상공론 규제: 공정위가 대한항공-아시아나 합병을 조건부 승인하며 부과한 '10년간 2019년 대비 90% 이상 공급 유지' 의무가 수요가 급감한 노선에 기계적으로 적용되며 심각한 시장 왜곡을 초래하고 있다. 이는 급변하는 여행 트렌드와 환율 등 외부 변수를 전혀 고려하지 않은 경직된 규제라는 비판에 직면했다.
  • 정책 실효성 논란과 대안 모색: 독과점 방지라는 선의의 목적에도 불구하고, 비효율적인 자원 낭비를 유발하는 현행 규제에 대한 재검토와 시장 상황을 반영한 유연한 정책 조정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항공사의 경쟁력 약화와 지방 공항 활성화 저해라는 부작용이 현실화되면서 정책의 지속 가능성에 대한 근본적인 물음이 이어지고 있다.

핵심 배경

이번 사태의 근원은 지난 2022년 공정위가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기업결합을 조건부로 승인하면서 내건 시정조치에 있다. 당시 공정위는 합병 이후 특정 국제선 및 국내선에서 발생할 수 있는 독과점 폐해를 우려했다. 항공 시장의 경쟁 제한성을 완화하고 소비자의 운임 상승 피해를 막는다는 명분 아래, 양사를 포함한 계열 항공사(진에어, 에어부산, 에어서울)에 특정 노선의 공급석 수를 10년간 2019년 수준의 90% 이상으로 유지하도록 의무화했다.

대상 노선에는 문제가 된 부산~괌 노선을 비롯해 부산~세부, 부산~베이징, 부산~다낭, 부산~칭다오 등 지방 공항에서 출발하는 국제선이 다수 포함되었다. 이 조치의 목적은 명확했다. 합병 항공사가 압도적인 시장 지배력을 이용해 일방적으로 노선을 축소하거나 폐지하여 운임을 인상하는 행태를 사전에 차단하겠다는 것이었다. 이는 소비자 보호를 위한 최소한의 안전장치로 평가받기도 했다.

그러나 코로나19 팬데믹을 거치며 항공 및 여행 시장 환경이 급변했음에도, 10년이라는 장기간에 걸쳐 2019년의 공급량을 기준으로 삼은 것은 시장의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 조치라는 비판이 꾸준히 제기되어 왔다. 특히 환율 변동과 새로운 인기 여행지의 부상 등 예측 불가능한 변수가 많은 항공 산업의 특성을 간과했다는 지적이 핵심이다.


주요 내용 분석

섹션 1 이미지

국토교통부 항공 통계에 따르면, 부산-괌 노선의 비정상적인 운항 실태는 심각한 수준이다. 지난 7월 7일 괌에서 부산으로 향한 대한항공 KE2260편은 180석 여객기에 승객이 단 3명에 불과했다. 통상 해당 기종에는 기장, 부기장, 객실 승무원 등 최소 6명의 직원이 탑승하는 것을 고려하면, 승객보다 직원이 두 배나 많았던 셈이다. 이뿐만 아니라 7월 1일 부산발 괌행 여객기에는 4명, 2일 왕복 항공편의 총 승객은 19명에 그쳤다.

이는 대한항공만의 문제가 아니다. 저비용항공사(LCC)인 진에어와 에어부산의 해당 노선 평균 탑승률 역시 10~20% 수준에 머물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항공사들은 말 그대로 승객 없이 비행기를 띄우며 매일 막대한 고정비용과 유류비를 낭비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현상의 이면에는 괌 노선 자체의 수요 급감이 자리 잡고 있다. 과거 대표적인 가족 휴양지로 각광받던 괌은 최근 고환율 기조로 인해 여행 경비 부담이 크게 증가했다. 동시에 비슷한 비행시간으로 갈 수 있는 베트남 푸꾸옥, 필리핀 보홀 등 가성비 높은 동남아 휴양지들이 대체 여행지로 급부상하면서 경쟁력을 상실했다. 이처럼 시장 수요는 급격히 위축되었으나, 공정위의 공급 규제는 항공사들이 2019년 수준의 공급을 울며 겨자 먹기로 유지하도록 강제하는 모순적인 상황이 발생한 것이다.


정책·사회적 의미 및 시사점

이번 '유령 비행' 사태는 선의를 가진 정부 규제가 시장 원리와 충돌할 때 발생하는 부작용을 극명하게 보여준다. 공정위의 목표는 독과점 방지를 통한 시장 안정성 확보였지만, 결과적으로는 시장의 비효율성을 극대화하고 기업의 재무 건전성을 악화시키는 결과를 낳고 있다. 이는 정책의 지속 가능성 측면에서 심각한 문제를 제기한다.

특히, 경직된 규제는 기업의 자율적인 자원 배분을 저해하여 더 큰 기회비용을 유발한다. 항공사들은 수요 없는 노선에 묶여있는 항공기와 인력을 수요가 폭발하는 다른 노선이나 신규 노선 개척에 투입하지 못하고 있다. 이는 지방 공항 활성화라는 더 큰 정책 목표에도 역행하는 결과를 초래한다. 예를 들어, 부산 시민들은 괌 대신 더 선호하는 다른 여행지로 가는 신규 노선이 개설될 기회를 박탈당하고 있는 셈이다.

이러한 상황은 시장 중심의 경제 운용과 규제 개혁을 강조하는 현 정부의 정책 기조와도 맞지 않는 측면이 있다. 윤석열 정부가 불필요한 '모래주머니'를 제거해 민간의 활력을 높이겠다고 강조하는 상황에서, 공정위의 10년짜리 공급 유지 의무는 대표적인 개혁 대상으로 거론될 수 있다. 법치와 책임성에 기반한 규제는 예측 가능성을 제공해야 하지만, 시장의 변화를 무시한 채 과거의 데이터에만 얽매이는 것은 또 다른 형태의 불확실성을 키울 뿐이다.


전망 및 종합 평가

결론적으로, 대한항공-아시아나 합병 이후 독과점 방지를 위한 규제는 필요하지만, 그 방식은 보다 정교하고 유연해야 한다. 현재와 같이 10년이라는 장기간 동안 특정 공급량을 강제하는 방식은 현실성이 떨어진다. 항공 산업은 유가, 환율, 국제 정세, 전염병 등 외부 변수에 극도로 민감하기에, 주기적인 시장 평가(Periodic Market Reviews)를 통해 수요 변화에 맞춰 공급 의무를 탄력적으로 조정하는 제도적 보완이 시급하다.

또한, 공급량 통제라는 간접적인 방식보다는 운임 상한제 도입이나 특정 노선의 운임 변동을 집중적으로 모니터링하는 등 소비자에게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가격 정책을 중심으로 규제를 재설계하는 방안도 고려해볼 만하다. 진정한 시장 안정성과 소비자 후생은 비효율적인 강제 운항이 아닌, 합리적이고 유연한 규제 속에서 기업이 자율성과 창의성을 발휘하여 건전한 경쟁을 펼칠 때 극대화될 수 있다. 이번 부산-괌 노선 사태가 경직된 규제의 문제점을 공론화하고, 보다 실효성 있는 정책 대안을 모색하는 계기가 되어야 할 것이다.

작성자: 뉴스베리파이 디지털 크리에이터 Peter Kim

댓글 쓰기

0 댓글

신고하기

푸켓 3박 4일 여행 후기! 바다·스파·먹방으로 꽉 채운 힐링 여행

오사카 여행자가 사랑한 당일치기 온천 BEST 5

상하이 월별 날씨 완벽 분석: 여행 시기 & 옷차림 가이드

이미지alt태그 입력